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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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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감성 모두가 잠든 새벽 나 홀로 깨어있는 이 고요함이 나는 좋다. 조용히 흘러가는 시계소리와 차가운 밤공기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만 깨어있는 듯한 느낌이 나는 좋다. 어느새 지쳐버린 나를 발견할때면 잠들기보단 그저 조용히 창문에 비친 도심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이 나는 좋다. 예전에 학생때 먹었던 편의점 음식들과 기숙사에서 몰래 탈출해 한 번씩 친구들과 밖을 나와 마셨던 새벽공기가 한참 그리워질때 사진 한 장 바라보며 웃는 내 모습이 나는 좋다. 또는 스무살 적 답답함에 이어폰 끼고 미친듯이 밟았던 자전거 페달과 좁은 골목길 가로등이 주는 분위기에 홀려 마냥 바라보고있을 때 마치 세상에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그 느낌들이 나는 좋다. 참 좋은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바쁜 생활 속 잠깐 멈추어서 바라볼 수 ..
천천히 가는법 빠르게 가다 보니 놓친 게 너무 많았다. 많은 것을 하려다보니 또한 잃어버린 것들도 너무 많았다. 이제는 욕심을 부리려고해도 두려운 나이가 되었다. 많은 것을 이뤄보고 싶었지만 때론 현실과 타협할 때도 되었다. 그래도 천천히 가보고싶다. 친구와 어울리며 카페에서 이야기하고 여자 친구를 만나 뒹굴거리면서 영화 보고 가족들을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예전 사람들을 만나 추억에도 빠져 보는 것 조용하니 마치 새벽 공기같이 홀로 텅 빈 새벽 거리를 걷고 있으면 그래서 기분이 좋은가보다. 비가 오면 정류장에서 우산을 접고 잠깐 앉아있어 보고 눈이 오면 가던 길 멈추고 잠깐 구경하기도 하고 꽃이 피면 그 분위기에 젖어 조용히 혼자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이 모든 것들이 천천히 가는 방법이다. 어려울 것 하나 없는 것인..
그날의 기억 : 호주 농장 생활 (3) 되게 편안하고 잔잔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인 형의 제의로 우리는 ' 무게라 호수 '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별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곳 예전에 브리즈번에 살 때 같이 지내던 분들하고 다 같이 가기로 했다가 결국엔 못갔던 곳을 가게 된 것이다. 너무나도 설레고 기대되었다. 일본인 친구들 그리고 대만인 마지막 한국인들까지 다 같이 모여서 승합차를 끌고 어두워진 뒤에 출발했다. 늦은 밤 운전하는 게 위험했지만 2시간 가까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와 함께 재미있게 달려간 곳 무게라 어두운 저녁에 도착하니 말 그대로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자마자 준비해둔 맥주와 간식거리들을 먹고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기 바빴다. 나는 가면서 친해진 대만인 친구 ' 펑 ' 이랑 사진..
그날의 기억 : 호주 농장 생활 (2) 일을 시작한 지 1주일 우리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우선 내 룸메이트는 너무나도 좋은 친구였다. 하루는 ' 하야토 '( 요리를 진짜 잘하는 친구다 )라는 일본인 친구가 오꼬노미야끼를 해주어서 다 같이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그날 고맙다고 100번은 더 말한 듯 하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밥을 같이 먹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우리는 금세 친해지게 되었다. 또 다른 하루는 카라반 파크에는 잔디밭이 되게 많은데 거기서 다 같이 축구를 했다. ' 료타 ' 라는 일본인 친구는 아트사커였는데 축구를 얼마나 잘하던지 보는 내내 우리의 혀를 내두르게 했고 ' 신군 ' 이라는 친구는 어찌나 순수하고 착하던지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친구였다. 일본인 친구들 뿐만 아니라 옆 집 그리고 앞 집 등 사방에는 호주 사람..
비행기 길 내가 어렸을 때 시골 살 적에 우리 집 지붕 바로 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북극성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지나가는 반짝이는 비행기 한 대 어머니는 비행기 길이라고 내게 설명해주었고 그날 이후 밤만 되면 반짝이는 비행기를 보기 위해 마당으로 나갔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시골 살 적에 우리 초소 위 넓은 밤하늘에는 항상 비행기가 지나갔다. " 저기도 비행기 길이 있나 보다 " 반짝반짝 많이도 지나갔다. 빛나는 별들 사이로 더더욱 환하게 빛나는 달빛 사이로 비행기는 항상 같은 자리로 지나갔다. 내가 호주에 살 때 이제는 내가 생활하던 모든 곳 밤하늘 위에는 비행기가 지나갔다. 여기도 비행기 길 저기도 비행기 길 도심 속 고층 빌딩 속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시골 한적한 컨테이너 속에서도 평범한 일상 가정집에..
지하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 그 속에 속하고 싶었다 텅 빈 지하상가를 가득 채우는 발자국 소리 기계음들이 만들어내는 회색 소리 아침부터 분주한 지하철역 어디를 그렇게 분주하게 가는지 바쁜 하루 속에 제각기 몸을 맡기고 달려가는 곳 분주함 속에 그리고 이 도시 속에 속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삭막하고 누군가에겐 바쁜 하루 일상 후 안식처가 되기도 하는 곳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시 멈춰 있는 곳 일 끝나고 가만히 지하철을 기다리며 앉아서 어두운 밤 하늘에 텅 비어진 지하철 안을 보면 어딘가 오늘 하루도 고생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부터 내게는 아무것도 어떠한 느낌도 받을 수 없는 이곳이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사진 한 장 값 SNS는 참 재미있다. 세상 사람들 개개인의 깊숙한 곳까지 클릭 한 번이면 볼 수 있고 모르는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며 각자의 욕구들을 새롭게 채워나갈 수 있다 얼마나 그들이 멋지게 살아가는지 어느 정도의 삶과 위치에 지금 존재하는지 우월감과 함께 쉽게 동경을 받을 수 있는 곳 때로는 쉽게 속일 수도 있는 곳 멋진 사진과 멋진 얼굴, 그리고 몸매 사진을 찍기 위해 먹는 멋진 음식과 경이로운 배경들 좋은 차, 많은 돈, 즐거움 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일상생활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구시대적 구성물에 사진의 존재는 이제 갔다. 하루에도 몇 백 만개씩 쏟아지는 사진들 추억을 핑계 삼아 찍던 사진은 이제 없다. 사진 한 장 값의 가격은 올랐지만 그 진정한 값어치는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은 바람이 부는 것 시간이 가는 것 멈춰있는 것 움직이는 것 지나가는 인연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 그 수많은 것들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때론 걱정이 돼서 때론 기쁨이 돼서 어쩔 땐 즐거움이 되기도 어쩔땐 죽을 만큼 괴로움이 되기까지 감정이 복받쳐서 나를 힘들게 세상 밖으로 밀어 넣을 때 그제야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나 보다 사람은 상처를 받고 충격을 받아야 가장 강력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그게 크면 클수록 더더욱 발버둥 치는 것이다 이 험악하고 무서운 세상 속에서 너무나도 무서운 것들이 많아서 나는 오늘도 쫓기고 쫓긴다 현실에 쫓기고 미래에 쫓기고 꿈에 쫓기고 사소한 것들에도 쫓긴다 진절머리가 나도 어쩔 수 없는 이 심정이 또 나를 쫓는다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무척이나 힘들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