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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의 책 추천 : 모멘트

 

- 더 글라스 케네디 -

 

 

순간이 모인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듯 매우 기나긴 기찻길을 형성시켜준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수많은 순간의 타이밍을 놓쳐본 이들이라면 동감할 것이다.

특이점이든 불 특이점이든 인생의 모든 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러한 여러

순간(타이밍)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건 당연하지 않겠냐만은 그 속에 껴있는 수많은 불특정 문제들과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적인) 감정들이 끼어드는 순간, 순간과 순간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들처럼 격정적으로

부딪쳐 후회와 슬픔 따위의 내 인생의 가장 크나큰 감정들만을 남기어두고 떠나간다.

빗방울들이 휑한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 속으로 말이다.

철학을 좋아하지도 판타지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내게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

 

반전은 없고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가 내게 내 갈비뼈 사이를 계속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듯 아프게 다가왔다.

 

사랑을 잃어버린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지독하고도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동독과 서독을 배경으로

길고 두꺼운 벽 하나를 두고 그 속에서의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이 세상 어딘가 분명 누군가에게는 있을법한

이야기라서 그 시절,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 그 사이 피어난 먼지들 속에 묻혀간 스토리는

이러한 식으로 여러 사람들을 통해 덧붙여지고 떼어나가 지며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수많은 이야기들, 수많은 슬픔과 감동, 그리고 기쁨, 희열과 그 순간순간의 장면들, 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 나라의 흑과 백, 대조되는 사람들과 대조되는 사랑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또 눈이 부셔서

나는 눈을 감아버리고 말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있으니 다가가지 않을 수가 없다.

다가가면 갈수록 내게 남겨지는 건 먹먹함뿐이겠지만

다른 누군가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모든 작가들, 모든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요소가 아닐 듯싶다.

이야기라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존재하고 우리 밖에도 존재하니 말이다.

슬픈 사랑은 있지만 의미 없는 사랑은 없다.

슬픈 이야기는 있지만 의미 없는 이야기는 없다.

수많은 종류의 순간들 또한 있지만 의미 없는 순간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조차도 말이다.